암 구년

by 가파 posted Mar 10,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삼월보다 이월은 철학적이라서 좋습니다 

이미 와버린 것이 아니며 지나간 것도 아닌 뭔갈 기대하게하는 경계


과수나무 사이에 혼자 있자니 들려오는 건

이 나무와 저나무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새소리 

나무들은 그 소리에 겨울잠을 깹니다

모두가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는 그저 조용히 여기 있을 뿐 

인생에서 더 찾을게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는게 가끔씩 슬퍼지게 합니다

그저 살아온 나날에 아쉬움은 있어도 더 좋은 것들을 

누리릴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


지난 구년 살고자 노력했고 살아냈고 

그래서 치열했던 전쟁은 끝났는가 

하늘로 떠난 몇몇의 벗들을 보내고 또 다시 맞이하는 이 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무력감으로 허우적대고 

그러나 산자는 계속 전진해야하기에 숙명처럼 일어나 나무를 돌봅니다


아, 또 처절한 목련이 피고 고사리는 흙을 뚫고 생명의 싹을 틔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