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보다 이월은 철학적이라서 좋습니다
이미 와버린 것이 아니며 지나간 것도 아닌 뭔갈 기대하게하는 경계
과수나무 사이에 혼자 있자니 들려오는 건
이 나무와 저나무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새소리
나무들은 그 소리에 겨울잠을 깹니다
모두가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는 그저 조용히 여기 있을 뿐
인생에서 더 찾을게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는게 가끔씩 슬퍼지게 합니다
그저 살아온 나날에 아쉬움은 있어도 더 좋은 것들을
누리릴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
지난 구년 살고자 노력했고 살아냈고
그래서 치열했던 전쟁은 끝났는가
하늘로 떠난 몇몇의 벗들을 보내고 또 다시 맞이하는 이 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무력감으로 허우적대고
그러나 산자는 계속 전진해야하기에 숙명처럼 일어나 나무를 돌봅니다
아, 또 처절한 목련이 피고 고사리는 흙을 뚫고 생명의 싹을 틔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