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살림이 넓어지는 날

by 벚꽃향기 posted Oct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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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 사도행전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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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살림이 넓어지는 날


한 사람을 사랑하면 장바구니가 조금 달라집니다.

내가 먹을 것만 고르던 손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과일 앞에서 멈춥니다. 찬바람이 불면 그의 방은 따뜻한지 생각합니다. 이제는 나만 따뜻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한 사람의 생활 안에 다른 사람의 자리를 만듭니다.

성경이 전하는 첫 교회의 나눔에도 이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진 것이 서로 달랐지만, 누군가의 부족함을 그 사람 혼자만의 몫으로 남겨 두지 않았습니다. 자기에게 있는 것을 바라볼 때,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함께 보았습니다. 기꺼이 소유를 나누어 각 사람의 필요를 채웠습니다.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이 짧은 기록은 우리에게 다른 풍성함을 보여 줍니다. 함께 예배하는 사람이 끼니를 거르지 않고, 아팠을 때 형편 때문에 치료를 미루지 않아도 되는 것. 그 사람의 안도 속에서 공동체가 함께 기뻐하는 것.

그 삶의 한가운데에는 자신을 내어 주신 예수께서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아픔을 당신의 삶 안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셨고, 사람들이 비켜서던 이에게 손을 대셨으며, 마침내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사람의 몸과 생활 깊숙이 찾아왔습니다.

그 사랑을 받은 우리는 자신에게 있는 것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내 수고로 번 돈에도, 내 이름으로 된 집에도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땅, 수많은 사람의 수고가 스며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가진 것들 안에도 이웃을 살릴 몫이 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있을지만 묻던 자리에서, 지금 내게 있는 것으로 누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묻게 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는지, 내가 누리는 편리함 뒤에서 누가 지나치게 지쳐 가는지도 살피게 됩니다. 사랑은 지갑을 여는 순간에만 머물지 않고, 돈을 벌고 쓰며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까지 스며듭니다.

교회의 살림도 그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재정의 잘못을 밝히고 바로잡는 일은 그 돈에 담긴 사람들의 수고를 귀하게 여기는 일입니다. 그 마음으로 앞으로의 살림도 꾸려야 합니다. 누군가 어렵게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았을 때, 그 필요가 우리의 예산과 일정 안에 실제로 자리를 얻어야 합니다.

그 자리에는 존중도 있어야 합니다.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픔을 여러 사람 앞에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미안한 얼굴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곳. 오늘 받는 손이 언젠가 다른 누군가를 붙드는 손이 될 수 있고, 오래 받기만 하는 날에도 여전히 소중한 사람으로 머물 수 있는 곳.

우리가 모든 필요를 당장 채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함께 살피고, 우리에게 있는 것을 정직하게 펼쳐 놓는 일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선의에 모든 짐을 얹지 않고, 함께 감당할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림이 넓어집니다.

집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그 안에서 헤아리는 삶이 많아집니다. 교회의 잔고가 크게 늘지 않았어도, 그 돈이 닿는 곳에서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것입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문득 당신의 방이 따뜻한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교회가 그 마음으로 살림을 꾸려 가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한 사람의 겨울도 우리 모두의 살림 안에 들어와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