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릅니다

by 가파 posted Sep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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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세 남성 나와 같은 서울대 이 종호 교수로 부터 비교적 적은 부위의 절제수술, 직장복귀 건강식과 운동으로 삶의 변화, 두 달 후 임파선 전이, 32회 방사선과 6회 항암 후 폐로 전이 수술 후 1년 2개월만에 사망.


실밥을 빼던 날 의사는 설암은 전이 속도가 빠르다며 속히 오라 그랬다. 

그러나 어떤 이는 전이가 되고 또 어떤 이는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 두 달이면 뭐가뭔지 모를 때이기도 하니까. 단지 내가 누군가와 달랐던 것은 믿음과 결심이다.

신이 있음을 안 기쁨이 있었고 이박사님을 통해 암이 무엇인지를 알고 내가 고칠 수 없다면 죽겠다고 각오하고 의사를 찾지 않은 것 뿐.


암은 내 인생의 최대의 실패작이었다. 지금까지 쌓아 올렸던 모든 것들을 허물어 뜨렸다. 그러나 그 것이 놀라운 반전일 줄은 그 당시는 몰랐다.

의사의 ''유감스럽지만 암입니다'' 란 이야기는 모든 것으로 부터의 독립 선언서임을.


그 순간 모든 것으로 부터 분리됨을 느꼈다. 

오랜세월 달라 붙어 있던 어떤 것으로 부터 박리되는 쓸쓸한 느낌 그리고 바뀌어야만 산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주는 느낌.

드디어 하나님과 나는 그 실패작을 최고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신관과 교회관이 달라졌다. 

십일조는 제대로 하나 안하나, 회개는 똑바로하고 사는지 불꽃같은 눈으로 살펴보며 징계하거나 상을 주는 신이 있는 갑갑한 예배당이 아닌 모든 곳에 계신 좋으신 엄마품 같은 하나님 품에 안겼다.

유불리를 계산하며 유지하던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접착력이 사라졌다.

죽는다는 생각에 돈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건 당연했고  건강한 음식섭취와 운동을 시작했다.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고 기타를 배웠으며 자연의 위대함에 동화되어 갔다.

뉴스타트 밴드회원들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나누었다.

그러다보니 보니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고 겉은 옛 모습이나 속은 팔십프로 아니 그 이상 바뀌어 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산다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존재 그 자체로 기쁠 뿐.

신은 나를 존재로 있게 했다. 

나의 존재는 영원함을 믿는다. 

그는 내게 영원한 삶을 주었다고 약속했기에,  그러므로 죽음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유, 

세상의 그 무엇도 나를 메이게 할 수 없다.


바람이다

톨스토이 처럼 석가모니 처럼 떠나고 싶다. 

재산을 소작인들과 가족들에게 줘버리고 길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톨스토이는 얼마나 행복했을까를 생각했다. 예전엔 참 비참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한 삶을 살다간 그의 삶이 멋있다.

아내에게 그런 말을 했을 때 그녀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쌩뚱맞다고 여겼을 뿐.


바람이 분다.

풀벌레가 운다.

구름이 흘러가고


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