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 ...

by 다윗 posted Nov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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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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