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받은 편지^^

by 이소이 posted Dec 06,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 어린시절부터 황혼의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지금까지 
한 세대 안에서 
사진기의 기술은
흑백에서 시작하여 천연색으로 
그리고 화소의 대낮같은 밝기로 발전하더니
이제 사진기는 우리 손바닥에 장착이 되어 있다

인쇄 기술도 그러한 것 같다
구텐베르그는 이제 뼈도 찾지 못할 것 처럼 
뒤안길로 사라지고
집집마다 사진기에 달려 있는 인쇄소에서
손가락만 빠르면 무엇이든지 글로 찍어낼 수 있다

하아!
이 아름다운 세상!

그러나 그 아름다운 기술을 이고지고 쓰다듬고
가면서 온갖 세상의 아름다움만을 찍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가?

요한복음에서 그리스도는
날때부터 눈이 멀었던 맹인을 고쳐놓으시고는
그 앞에서
날때부터 멀쩡했던 한 무리들에게
"너희가 본다하니 너희죄가 거저 있느니라" 하시고
눈이먼 자들은 보게하고
보는 자들은 오히려 보지 못하게 하시겠다는
약속과 저주를 던지신다


다시말해서
"나는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고 중얼거리는
마지막 교회의 맹인들을 향해서
안약을 사서 보게하라? 고 하시는 이유는
그리스도만을 보는자가 눈을 뜬 자들이고
그리스도만을 보지 못하는 자가 눈을 감은자라고
결론짓는다

화소의 밝기가 엄청난
천연색 사진기를 가지고 오직
흑백만을 찍어내는 사진사들이 너무 많다

"나 보기가 역겨워진달래꽃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내가 차리고 있는 인쇄소에서는
이런 글이 올라와야 그 인쇄소가 아름답다는 말이다


당신이 가는 곳은
바벨론
내가 머무는 이 곳은 남은교회라고 
흑백으로만 찍혀지는 그 사진기는 정말 부끄럽다


아들을 죽이지 못하여
아들을 피하여 요단강 (?)을 건너는 노인 다윗에게
삿대질 하던 그 시므이처럼
결국에 자신을 위한 피흘림같은 아픈 글들을
써 올리는 바벨론(?) 너머의 또 다른 바벨론은 대체
누구들인가?

당신의 이름도 여기 찍혀있어!
아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들어가 본 사진관
아니 인쇄소에서 소리를 치기에
들어가 보니
"똘똘 뭉쳐서" 라는 부제목 밑에서
내 이름 석자가 하수구의 걸레처럼 
더러운 물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나는 이제 떠난다는 노인에게
내가 글쓰고 있던 곳에서 나는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당신의 신앙적 견해와 방향이 시작했던 곳
그리고 그 방향의 진화를 도와준 곳이 오직
이 교회"라는사실 잊지 말라고썻던 내 글은
그 "똘똘 뭉쳐서" 라고 찍어 간 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지도 않은 그곳을 향하여
"똘똘 뭉쳐서" 라고 찍고는
진짜로 "똘똘 뭉쳐서" 한목소리 내고 있는 이곳은
진정 로맨스와 불륜의 그 흑백놀이에서만
풀 수 있는 수수꺼끼인가?

북쪽으로 돌아가서
이 상구 그가 "오직 예수" 만 전하겠다고 하니
우린 남쪽에 남아서 
"오직 예수" 외쳐도 모자라는 시간에
쓸데없는 방향에 온갖 무기 들이대고
싸우다 보면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만인이 믿음 좋으시다고 인정하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가 미국으로 이민오는
아들에게 성경이나 예언의 신 한권
주어서 보내지 않고 
달랑 채근담 한권을 주셨다

그 채근담은 이렇게 시작한다
"가는 사람 붙들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도 말라" 고

내 인생에 건강하게 붙어있던 친구들이
일주일이 멀다고 낙엽처럼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가는 이 늦가을에

읽을만한 글도 없고
관람할만한 사진도 변변히 없는
그 곳을 조석으로 들나들며 친정처럼 아끼면서도
허탈해하는 집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여간 가슴이 아픈 것이 아니다

박이야
임이야
김이야
전이야

너도 나에게 이제 낙엽이되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