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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규 유작전]죽음마저 넘어선 기쁨이 화면 가득

“자식이 아프면 부모가 더 사랑하지 않습니까. 남편은 암으로 고통받을 때 하나님이 자신곁에 있음을 더욱 확실하게 느꼈나 봅니다.”
암으로 투병끝에 사망한 남편 김철규(1957~1999)씨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갖는 정영숙(43·대덕고교 미술교사)씨는 유작전시회를 갖지만 어두운 표정이 아니었다. 남편의 투병때의 용감하고 담담한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공주사범대학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한 김씨는 대전외국어고 재직시절이던 97년 직장암에 걸린 것을 발견하고 투병하다 1999년 12월 사망했다. 정씨는 전시회를 열어달라는 남편의 유언대로 23일부터 3월 1일까지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 갤러리에서 ‘산이 되어버린 작가-김철규전’을 연다.

하지만 유작전이라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그렸지만 역설적으로 살아서 그린 어느 그림 못지않게 생명과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정씨는 “남편은 통증이 너무 심했으나 죽음을 앞두고 깊어진 신앙심때문인지 고통을 내색하지도 않았으며,슬퍼하기는 커녕 오히려 감사함이 넘쳤다”고 했다. 옆의 환자들이 ‘아내가 특별한 음식을 가져다 주나보다’ 하면서 반찬을 먹어보자고 하거나 항암제를 주사할 때도 ‘영양제를 맞나 보다’했을 정도.

회생 가능성이 朱玟蠻痔?김씨는 병원에서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망하기 4개월전부터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매일 쓰던 일기마저 쓸 수 없었던 극한상황이 되었을때 김씨는 무슨 힘이 솟았는지 붓을 들었다. 팔굼치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비스듬히 기대 산과 가족 그리고 뒤늦게 몰입한 하나님과 예熾?대한 사랑을 거침없이 그려댔다. 그때 그린 28점이 이번 전시회에 나온다.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사르며 그린 것이어서 그럴까 그의 그림에는 충만한 생명력이 넘친다. 산에는 노란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생명의 힘이 솟구친다. 그의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은 싯귀가 남아있다.

‘오늘 아침도 그 오묘한/새벽 빛이 시작될 때/나는 깨어났다./설레이는 마음으로-//나의 벅차오르는 기쁨은/어디서 오는 것일까?/새벽 저편에서/푸르스름한 빛을 띤 신비한/그 새벽 저편에서/나에게로 오는 걸까?/나의 맘과 내 영혼과 내 몸까지도/사랑으로 가득찬다.’(1999년 2월 1일)

(2001년 2월 22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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