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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8 15:51

사람과 사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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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 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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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건
나무와 나무의 속삭임을
들을 줄 아는 것입니다
긴 세월 침묵하는 나무들의 음성을
견고한 땅속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맑은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용서한다는 건
바다가 파도를 토해내듯
온몸으로 아파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밤새워 바다의 신음을 안고
울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손끝에 남아있는
마지막 욕심까지 버렸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는 채우려하지 않을 때
사랑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삶이란, 인생의 끝이 죽음인 것을
서서히 확인해 나가는
힘겨운 과정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또한 우리의 삶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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