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구 박사님의 다중 인격 강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사람 안에 두 인격이 있는데 A란 인격으로 있을 땐 암이 있었는데 B란 인격이 되면 순간 암이 없는 상태가 된다고. 박사님이 거짓말 하실리는 없고 사실이 그렇다면 놀라운 일 아닙니까.
성경에도 하나님 나라 갈라믄 거듭나야 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달라져야 하는지 그 척도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박사님이 말한 A에서 B정도는 되야되지 않을까요?
의사가 암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본능적으로 든 생각은 지금까지 잘못 살았구나 그러므로 지금과는 다른 사람으로 살지 않으면 죽겠구나였습니다.
조직검사 결과 확인 후 바로 일주일 뒤 수술날짜를 잡고 의사가 수술에 도움이 되는약을 사서 먹으라고 적어준 처방전을 들고 의사가 가르쳐준 약국을 찾아 낮선 혜화동 거리를 비틀거리며 걸었습니다.
텅 비어버린 머리로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정신을 차리고 암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재발률이 50%가 넘는 예후가 좋지 않은 암,
검색결과에 가슴이 내려 앉았습니다.
소녀와 가로등을 불렀던 현이와 덕 자매, 그 오빠가 설암으로 사망했고 따라서 여동생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고선 좋아하던 장덕의 노래들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우울한 분위기의 수백여 곡들을 핸폰에서 다 삭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암을 공부하다 이박사님을 알았고 저기에 가면 살길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 후 상처가 아물고 실밥을 빼자마자 설악산 뉴스타트센터로 달려 갔습니다.
누구보다 맨 앞을 차지해 앉아 강의실 입구로 들어 오시는 박사님을 오른쪽으로 돌려 봤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답을 가진 존재가 내 앞으로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이 때 보다 더한 집중력으로 들은 강의는 없었습니다. 들은 대로 행동했습니다. 당장에 거울 앞으로 달려가 웃었고 얼굴 근육이 당겨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 한가지 사실이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뉴스타트 강의실 맨 앞에 앉아 고향의 봄을 부르다 눈물이 났습니다. 동심마저 잃은 채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경쟁자였던 A, 자연을 느낄 마음의 여유도 없이 살아왔던 로봇 같은 사람.
죄의식의 노예.
이제 B란 사람
그는 따스하고 눈물과 웃음과 동정이 있고 자연과 인간과 신을 사랑합니다.
지나치게 세상을 쫒지 않고 맺고 끊음에 단호하며 목숨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는 봄을 사랑하는 어린아이 입니다.
A가 누구인지는 너무도 잘 알고 그러므로 B가 어떤 존재여야 되는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A는 수시로 나를 소환합니다.
연극 대본을 손에 든 배우 처럼 맡은 배역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대사를 암기함은 기본이요 대사의 톤과 무대의 동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글로 써보고 말하고 상상해야 합니다. 세밀할 수록 좋을 것입니다. 대본의 지문 처럼.
암이 사라진 그 사람 얼마나 기쁠지 감사할지 웃을지 무얼 먹을지 운동은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만나지 않을지. 어떤 생각은 하고 또 어떤 생각은 버릴지.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요.
우린 뉴스타트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반드시 이루어 냅시다. 회복이야기의 주체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