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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2 03:03

못 말리는 종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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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종문이


청송감호소에 종문이라는 흉약범이 있었다. 190센티미터의 키에 성질이 포악해서 잘못 건드렸다간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워 수용자도 직원도 가능하면 그를 피했다. 어느 날 그 녀석이 같은 방의 재소자를 구타하여 중상을 입히고 붙잡혀 왔다. 당시 조사담당관이던 내가 말했다.

“종문아, 웬만하면 봐주고 싶지만 니 죄가 너무 커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이번에 법에 따라 징벌받고 추가기소 될 끼니까 그런 줄 알고 있거라.”

그러고 나서 수갑을 채우고 독방으로 데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라 하니, 들어가다 말고 휙 돌아서 나를 쳐다보며 “야, 박 주임!”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조사담당관이자 교도관 간부 주임에다 당시 수용자들 사이에서 ‘지옥에서 온 박 주임’으로 불리던 내게 일개 죄수가 “야, 박 주임”하고 부른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옛날 성질 같았으면 바로 주먹이 날아갔을 텐데 예수 믿으면 사람이 반쯤 바보가 되나 보다. 나도 모르게
“왜?” 하고 대답하고 말았으니. 그가 욕을 퍼부으며 말을 이었다.

“뭐? 니가 예수 믿는다고? 하나님을 만났다고? 이 사기꾼, 사이비, 날라리야!”

어이가 없어서 “와 내가 사기꾼이고?” 하니 더 가관이었다. “내가 말이야, 성경 좀 읽어봤는데 예수님이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주라 하셨어. 그런데 왜 날 잡아 넣냐?” 하는 게 아닌가.

기가 막혀서 그를 그냥 방에 밀어 넣고 문을 잠가버렸다. 그런데 이놈이 펄쩍펄쩍 뛰고 악을 쓰며 철창에 이마를 꽝꽝 찧어댔다. 금세 온 이마가 터져서 피가 펑펑 솟았다. 놀란 직원들이 감방문을 열고 들어가 제지하려는 순간, 그는 자기 혓바닥을 아래윗니로 물고 양손으로 턱을 떠받치며 “누구든 들어오기만 해. 턱을 쳐올려 혓바닥을 끊어버릴 테니” 했다.

내가 철창 앞으로 다가서며 “종문아, 니 와 그라노?” 하는 찰나, 녀석은 입에 머금고 있던 피와 침을 내 얼굴에 푹 뿜어버렸다. 온몸의 혈기가 확 뻗쳐 이놈을 당장 끄집어내다가 지근지근 밟아버리고 싶은데, 돌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감동이 있었다.

“얘야, 이것마저 참아라. 안 그러면 어떻게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떳떳이 말할래?”

치밀어 오르는 화를 일단 누르고 와서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래도 벌렁대는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직원들이 종문이의 피가 멎었다고 보고하기에 가보니 피범벅이 된 방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의 죄수복엔 피가 말라붙어 움직일 때마다 뻐득뻐득 소리가 났고 눈에선 광기가 번뜩였다. 짐승이 따로 없었다.

직원들은 저렇게 피를 많이 흘렸는데도 물 한 모금 입에 안 대고 악만 쓰고 있으니 벌써 탈수현상이 나타난다며 걱정했지만, 나는 배고프면 먹겠지 싶어 내버려두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밤새도록 잠 한숨 안 자고 여전히 물도 한 방울 안 마시며 깡다구로 버티고 있어 탈진이 더 심각해졌다면서, 직원들이 아예 종문이를 내 방에 데려다 놓고 부탁했다.

“이 친구가 우리 말은 도통 안 들으니 주임님이 어떻게든 설득해서 물 먹이고 밥 먹여 살려야 안 되겠습니까?”

나는 여전히 속이 뒤틀려 선뜻 내키진 않았으나 상황이 급박하니 할 수 없이 그를 데리고 앉아 달래기 시작했다.

“종문아, 밥 묵고 물 좀 마셔라. 우선 살아야 되잖나. 나는 정상적으로 법 집행하는 것뿐인데 니가 내하고 원수 된 건 아니잖냐.”

그러나 30분이 지나도록 제 놈이 뭐 잘한 게 있다고 눈을 내리깐채 교만을 떨었다. 좋은 말로는 설득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는 극약 처방을 쓰기로 했다. 의도적인 싸움걸기 작전!

“야, 이놈의 자식아. 니가 무슨 독립운동하다 왔나. 이 나쁜 놈아, 더러운 도둑놈아!” 하며 그의 뒤통수와 옆구리를 콱 쥐어박았다. 이들은 한번 호되게 싸우고 나면 오히려 더 풀기 쉬운 습성이 있으므로 그것을 노린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교도관 생활을 오래 하면서 수많은 악질 놈을 만나봤지만 니같이 추잡한 독종은 처음 봤다. 에잇, 이 조선 최고의 악질 놈아!” 하고 다시 한 번 냅다 후려쳤다. 이쯤 되면 그가 화를 내고 덤벼들어야 하는데, 뜻밖에 흡족한 듯 씨익 웃으며 “사람을 이제야 알아보시누마” 하는 게 아닌가.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은 “아이고, 권사님 얼굴만 봐도 은혜가 됩니다. 장로님을 보니 하나님을 뵙는 것 같습니다” 하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듯이, 흉악한 수용자들은 ‘최고 악질’이라는 말이 자존심 사는 소리라는 걸 교도관 생활을 하면서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종문이는 그때부터 자기 정체성(?)을 회복했는지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져서, 왕년에 영등포에서 잘 나갈 때 누구누구 배를 몇 번 갈랐고 청량리에서 한창 시절엔 누구 손가락을 몇 개 끊었다는 둥, 폼을 잡으며 ‘악질 간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속이 뒤집혀 ‘이 짐승 같은 놈아, 그걸 자랑이라고 떠벌리나?’ 하는 경멸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니, 이 녀석은 한술 더 떠서 “잘 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 내가 얼마나 악질인지 진짜 한번 들어보겠소?” 했다.

아주 못되게 놀던 17세 때, 오랫동안 가출해 있다가 모처럼 집에 밥 먹으러 들어갔단다. 여동생에게 밥을 차려오라 하니, 동생은 개망나니 같은 오빠가 미운 마음에 늑장을 부리며 차린 밥상을 던지듯 놔버렸다. 그 순간 종문이가 화를 못 이겨 옆에 있던 호미를 들고 동생의 얼굴을 찍어버렸다는 것이다. 호미에 내리 찍혀 얼굴 반쪽이 날아간 여동생은 지금도 한쪽 얼굴엔 뼈만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피가 말라붙은 징그러운 얼굴로 자랑삼아 해대니 역겨워 구토가 치밀었다.

‘이건 인간이 아니야. 짐승도 제 식구를 알고 챙기는데 인간이 우째 이럴 수 있노!’

나하고 직접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람으로서 느끼는 공분이 치받혀 죽여버리고 싶은 살기마저 드는 순간, 나는 내가 믿는 하나님을 소리쳐 불러보았다.

‘하나님! 아무리 죄인을 사랑하신다 해도 이런 놈은 아니지요?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이런 인간을 위해선 아니겠지요? 짐승만도 못한 이놈은 잉태되기 전부터 진노의 자식이요, 만세 전부터 구원의 문밖에 버려진 지옥 백성이 틀림없지요?’

바로 그때 내 속에서 그 옛날 청송감호소 시절, 흉악범 영호 앞에서 “꿇어앉아 용서를 빌어라” 엄하게 명하셨던 그 음성이 다시 쿵 들려왔다.

“얘, 너는 뭐 종문이보다 나은 줄 아니?”
“너는 종문이보다 잘난 줄 아느냐?”

두세 번 이런 질문이 들려오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청소년 시절, 아버지가 하시던 일들이 폭삭 망하면서 온 가정이 파탄 났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는 종적을 감추시고 병약한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과 함께 몇 끼를 굶으며 버티다 보면 지나가는 강아지조차 부러웠던 시절, 소낙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에 흙탕물 속을 뒹굴면서 하늘을 향해 뭐든 있으면 한번 나와보라고 절규했던 처참한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이후에 지옥 같은 인생이 회복되고 가정도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솔직히 그때 고통은 추억도 하기 싫어 의도적으로 기억 깊숙이 파묻어버린 지난날이 “너는 종문이보다 나은 줄 아느냐?” 하는 음성과 함께 눈앞에 낱낱이 펼쳐졌다.

옆에 있는 종문이의 존재도 잊은 채 넋 놓고 앉아 활동사진처럼 한 장면 한 장면 떠오르는 비참한 과거를 회상하며 ‘맞아, 내가 저렇게 인간 이하의 삶을 살 때도 있었지. 맞아, 맞아, 나도 저랬었제’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소망 없이 살던 나도 하나님이 만나주시니 이렇게 새 인생을 사는데, 종문이도 하나님이 손만 대주시면 될 꺼 아이가?’

그 순간 모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영원히 저주받은 인생이라고 속단했던 이 녀석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싶자 그만 콧날이 시큰하고 눈자위가 뜨끈해졌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지려던 찰나 얼른 고개를 종문이 반대편으로 돌렸다. 아직 그에게 우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 자존심 문제였기에 나는 애써 눈물을 감추고 짐짓 퉁명스레 말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것다. 내일 얘기하자. 그만 들어가거라.”

종문이가 일어나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니 벌써 걸음걸이가 중심을 잃고 갈지자로 휘청댔다. 꼬박 이틀 동안 그 많은 피를 쏟고도 물 한 방울 밥 한 톨 입에 대지 않았으니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 그의 어깨 위에 놓인 인생의 짐이 물씬 느껴져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까지 재소자들에 대한 내 시각은 한결같았다.

‘그래, 고통스럽고 힘들겠지. 하지만 니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짓이기고 얼마나 많은 가정을 깨 놨노. 그러니 그 고통도 마땅히 니가 짊어져야 할 몫이제!’

그런데 그날, 나도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때가 있었음을 새삼 깨닫고 보니 비로소 그들이 진심으로 애처롭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나는 탁자에 고개를 파묻고 울며 기도했다.

“하나님, 나 같은 인생도 돌아보셨다믄 종문이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이소.”

그날 밤 기도하면서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다음날 출근해보니 종문이는 여전히 삼 일째 물 한 방울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정말 독했다. 아침 간부회의를 마치고 독방 사동(舍棟)으로 달려가 담당 직원에게 그를 데려오라고 했다. 중앙사무실에서 그가 문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니 상황이 어제보다 더 나빴다. 겨우 나오긴 했지만 앞으로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비틀대며 맴돌기만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부축해주려고 나는 잰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그에게 다가갔다.

힐끗 나를 쳐다본 종문이는 긴장이 풀렸는지 휘청하다가 푹 고꾸라지고 말았다. 수갑을 차고 앞으로 넘어지면 몹시 아프다. 내가 얼른 달려가서 어깨를 붙잡고 일으키려는 순간, 그가 양손으로 내 발목을 움켜잡고는 악을 쓰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주임님, 어제 울었지요? 분명히 나 때문에 눈물 흘렸지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도 나를 위해 울어주는 걸 본 적 없는데... 어제 그 눈물 내 꺼 맞지요? 틀림없지요?”

나는 감춘다고 감췄지만 그는 내 눈물의 흔적을 훔쳐본 모양이었다. 나도 같이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서 그를 품에 안았다.

“그래, 울었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니같은 건 사람도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알고 보니 니나 내가 다 똑같더라. 일어나라. 어서 가자.”

부축해서 내 방으로 데려와 수갑을 풀고 옷을 갈아입힌 후에 빵과 우유를 넉넉히 가져다주었다. 그는 큰 빵 서너 개를 우적우적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우리가 은혜받으려고 3일 금식을 해도 배고파 죽을 지경인데, 이 큰 덩치가 어거지로 굶었으니 얼마나 주렸겠는가. 허겁지겁 먹어대더니 갑자기 빵을 내려놓았다.

“와? 더 먹지!”
“굶다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탈 납니다.”

다행히 정신은 멀쩡한 모양이었다. 목욕탕에 같이 훌렁 벗고 들어가서 그의 몸에 말라붙은 피를 닦아 주고 등을 밀어주는데, 내 자식을 목욕시키는 것보다 더 애틋한 정이 솟았다. 사람 마음이 불과 하루 사이에 이렇게 뒤바뀌다니 참 희한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밉던 녀석이 하나님이 주시는 눈물 한 방울에 이토록 사랑스러워질 수 있다니!

정성껏 그를 씻어주며 내가 만난 주님을 전하니 종문이는 순순히 마음을 열고 예수님을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그는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다. 성령께서 사람을 지배하시면 먼저 생각이 바뀌고 표정이 바뀌고 언어가 바뀐다. 물론 순식간에 천사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분명 어제의 그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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