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2021.11.17 09:57

내 안엔 아직도 봄이

조회 수 110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단풍 누렇게 든 뽕나무 가지를 손으로 한 줌 쑤욱 훑어 물에 대충 행구고 주전자에 달이고 나면 노랑 물감 같은 구수하고도 색깔이 고운 차 한 잔이 그윽합니다.

무언가 끓여 요리할 때에도 이 물을 씁니다. 


뽕나무는 조천 정찬익 선생님이 삼년 전 봄순이나 따 밥지어 먹으라고 주신 것인데 지금은 제 키의 두곱이나 자랐습니다. 나무를 볼 때 마다 정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120세까지 살고야 말겠다시는데 꼭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긍정적이요 팔십 넘으셨는데도 힘이 장사라

집에 가끔 들러보면 닭이며 뽕이며 온갖 채소며 심지 않은게 없답니다. 

작년인가 잡아 먹으라고 준 숫닭을 불쌍해서 차마 잡지를 못하고 허술하게 지은 닭장에 가뒀더니 도망가 버리기도 했었지만.

아내를 암으로 보내며 뉴스타트를 배우고 이박사님 바라기로 사시고 계시지요.


수돗가엔 미나리 밭 위로 작은 벌새가 미동도 없이 공중에서 날개짓을 하고 있습니다. 수억 광년 너머의 우주가 아름다운들 이같을까 

아름다움이란 모르는 것들 속에 있습니다.

눈물 속에 아픔 속에 기다림 속에

쉼이란게 수고로움이 있어야 그 것이 주는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듯

암을 앓고 나서야 건강한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나는 봄이 좋습니다. 이제 한참을 기다려야지 봄은 오겠지만 마음엔 저장해 둔 것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아끼며 쓰다보면 우리 마을 앞에 펼쳐진 태평양 같은 푸른 봄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밀물처럼 밀려 오겠지요.

이 봄은 끝없이 서울과 저 북으로 밀려 올라가겠지요

바다건너 먼 곳, 제주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 이어도 그리고 우리 동네 냄세가 배어있는 걸 육지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엔 내 마음도 바람부는 날 공중에 띄워보렵니다.


밤열차를 타고 서울을 향하는 꿈을 꾸던 소년은 노인이 되어가고 가도가도 저 끝엔 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여기 이 작은 곳이 우주의 중심

모든 치유는 내 안에 있음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허종태님의 자연영상 유튜브 채널입니다 1 webmaster 2020.02.09 728
28 봄을 바라보며 가파 2021.04.15 49
27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믿고 사는 삶 가파 2021.04.18 160
26 4월이면 생각나는 것들 가파 2021.04.18 84
25 B로 살기 가파 2021.04.24 159
24 조급해하지 말것 1 지찬만 2021.05.01 231
23 폐와 임파에 전이된 암들이 사라진 사람 이야기 가파 2021.05.02 579
22 임영일님을 추억하며 가파 2021.05.23 1153
21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지찬만 2021.06.24 206
20 구월 단상 가파 2021.09.05 147
19 아름다운 것들 가파 2021.09.05 92
18 93세 어머니의 퇴원 가파 2021.09.06 219
17 가파 2021.11.09 40
16 두 번 째 낙하 가파 2021.11.10 63
15 한계 가파 2021.11.17 95
» 내 안엔 아직도 봄이 가파 2021.11.17 110
13 희망에게 가파 2021.12.04 121
12 먼 곳 1 가파 2022.01.01 97
11 암이 온 후 깨달은 것 1 가파 2022.01.14 214
10 암 7년 가파 2022.01.14 201
9 별에서 꽃이 된다는 것은 가파 2022.01.23 95
Board Pagination Prev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 148 Next
/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