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2021.09.05 09:05

구월 단상

조회 수 1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늦 여름 가을 입구 반갑잖은 장맛비가 한창입니다. 일주일 내내 내리고 있는 오늘도 20 미리 넘는 비가 예보된 답답한 집을 떠나 밭으로 나왔습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이들은 지들이 이 과수원 주인공인 양 착각하고  있는 풀들입니다. 예초기 작업한지 얹그제인데 어느새 허리춤까지 자라 반짝이는 이슬을 듬뿍 머금고 멋쩍게 서 있습니다. 

짙은 초록색 귤들은 점점 굵어져 가고 봄에 밑동을 잘라내고 붙여 놓은 레드향 접순은 비닐하우스 천정까지 자라 있습니다. 

내년 봄 다시 한 번 새 잎을 내고 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훨씬 크고 맛있는 열매를 맺을겁니다.

선택에 따라 탱자가 되기도 하고 레드향이 되기도 하는 우리 인생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오늘 그 어떤 환경 속에 있다 하여도 푸른 하늘 하나로도 웃을 수 있는 어린아이 처럼 그냥 그냥 철없이 살다보면 알 수 없는 미래는 지나온 시간 처럼 또 꼬물꼬물 지나가겠지요.


노환으로 입원한 구십 삼세 엄마 똥 오줌을 보름 가까이 닦아 냅니다. 어렸을 때 엄마도 오래 오래 아들에게 그렇게 하셨지요. 이혼하고 떠날 결심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닌데 가지말라 울며 매달리는  아들 때문에 그냥 남았다던 엄마는 그렇게 안 아픈 곳이 없는어린 아이가 되셨습니다. 


어렸을 때 크게 아픈적이 있습니다. 아들을 고치러 이웃 마을 용한 의사를 찾아다니셨던 엄마는 꿀이 좋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 꿀장수에게 특별히 부탁한 귀한 것을 먹이셨습니다. 그 때문인지 병 때문에 일학년을 두 번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는 그 후에는 그렇게 큰 병 없이 어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젊어서 끝내야 했던 안타까운 죽음도 많이 봤고 수를 다한 죽음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내 삶도 그러하겠거니 생각되어 거울 속 그어진 주름을 보며 멋적게 웃어 봅니다.

늙어 보이시던 아버지는 59세에 돌아 가셨는데 지금 그 나이를 훌쩍 넘어선 거울속 나는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으니 착각은 나혼자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남도 그러고 있는지,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을 것 같았던 스물 즈음엔 삶이 지루하기 조차 했는데.


내 옆의 세상은 늘 방긋거립니다. 

엄마 누운 침대 옆에서 혼자 댄스를 추었습니다. 환자가 다섯인 병실에선 이런 내 모습에 웃겨 죽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아들이란 생각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믿음이 좋으신 엄마는 두 번이나 예수님을 보았답니다. 어떻게 생기셨냐 물었더니 하얀 옷을 입으셨는데 그렇게 좋을 수 없는 분이라고 왜 빨리 안 데려 가시는지 야속하다고 매일 원망 하십니다. 죽음에 대한 내 생각도 그와 비슷하기에 아픈 엄마 옆에서도 철딱서니 없어지나 봅니다.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병실에는 삶과 죽음이 한 바구니에 담겨 병실에 걸려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또 비가 내립니다. 빗속에선 하얀 들꽃이 부르르 몸을 떨고 모든 것들이 성숙해가는 매미조차 숨죽인 장엄한 늦 여름 차 안에 있는 나도 조금씩 저 빗속의 그들 처럼 비에 젖고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허종태님의 자연영상 유튜브 채널입니다 1 webmaster 2020.02.09 729
2948 file 현경 2003.07.11 3243
2947 Greece Mykonos 그리스 미코노스의 풍차 임경환 2007.01.05 2860
2946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십시오 지찬만 2008.05.29 2882
2945 어찌 알아내었을꼬...쇼킹...헉 이게... 정말로 예수님의 실제...얼굴 모습이신가~예 !? 32분40초간... ( 동영상..입니다 ! ) 裵成龍 2009.10.25 3465
2944 패허가 된 Turkey Pamukkale 의 히에라 폴리스 임경환 2007.03.09 2874
2943 4월의 노래 지찬만 2007.04.04 2837
2942 ^^*사랑 해야할 인연*^^ 지찬만 2007.02.17 3064
2941 ~~~ 오늘을 사랑하라 ~~~ 지찬만 2007.03.04 2978
2940 ◈ 가까운 곳의 작은 기쁨 하나가... 지찬만 2007.01.26 2922
2939 ★ 처음 소중한 마음 ★ 지찬만 2007.02.01 3159
2938 가을은 임경환 2006.12.28 2745
2937 나는 청개구리 지찬만 2006.09.17 3364
2936 내 가슴에 넘칠 수 있는 사랑 지찬만 2007.03.27 2840
2935 당신을 가지고 싶은 욕심 지찬만 2007.02.20 2946
2934 마음에 묻은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 지찬만 2007.09.10 2916
2933 마음의 평화 지찬만 2009.09.11 2648
2932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 지찬만 2006.11.17 2923
2931 만남의 신비 지찬만 2006.10.16 2997
2930 아름다운 간격... 지찬만 2006.11.13 3258
2929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지찬만 2007.03.31 287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8 Next
/ 148